일본 나고야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이누야마(犬山). 이곳은 중세 일본의 분위기를 간직한 거리 풍경과 국보로 지정된 이누야마성으로 유명한 여행지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이누야마성 아래 펼쳐진 고즈넉한 상점가 거리를 거닐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이 공간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하나의 '시간 여행' 같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누야마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걷다 보면, 고풍스러운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가 나타납니다. 일본 전통 가옥 스타일의 건물들이 길 양옆에 가지런히 서 있고, 그 위로 고개를 들면 멀리 이누야마성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 길목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울 만큼 매력적인 포인트로 가득합니다.
길거리에는 전통 장신구, 일본식 간식, 기념품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사이로 카페, 찻집, 소규모 갤러리도 함께 자리하고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는 이날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천천히 산책하듯 걸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특히 사람들이 붐비는 틈 사이로 보이는 이누야마성의 실루엣은 정말 사진으로 담고 싶은 풍경이었습니다.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전통 수제 과자를 파는 가게였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구수한 쌀과자 냄새가 코끝을 간질였고, 점원이 웃는 얼굴로 시식을 권해주었습니다. 저는 기념으로 '유바센베이'라는 두부껍질로 만든 얇은 과자를 구입했는데, 식감이 독특하면서도 담백해서 추천하고 싶은 간식이었습니다.
또 다른 가게에서는 손으로 직접 제작한 오마모리(부적)를 판매하고 있었는데, 여행 기념으로도 좋고, 선물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주인이 직접 도장을 찍어주는 서비스도 있었고, 작은 종이 부적에는 짧은 일본어 손글씨가 적혀 있어 더욱 특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누야마의 거리 음식은 소박하지만 매력이 넘칩니다. 특히 유명한 **고헤이모찌(五平餅)**라는 쌀떡에 된장이나 간장을 발라 구운 간식은 꼭 맛보시길 추천드려요. 겉은 살짝 탄듯 고소하고, 속은 쫀득해서 먹는 내내 "이게 진짜 일본의 전통 간식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거리 한가운데 있는 작은 포장마차에서 구입해서, 이누야마성을 배경으로 서서 먹었는데, 여행의 분위기를 더해주는 훌륭한 요소였어요.
그리고 혹시 여름에 방문하신다면, 얼음빙수(카키고오리)를 파는 찻집도 곳곳에 있으니 잠시 더위를 식혀가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가게는 말차빙수에 붉은 팥과 떡이 함께 나와서, 눈과 입이 모두 만족하는 디저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누야마의 상점가는 관광객으로 붐비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현지인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웃으며 걷는 고등학생들, 점심시간을 맞은 직장인들까지. 관광지를 걷고 있음에도 마치 어느 동네의 정겨운 골목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던 건, 이런 현지의 일상이 함께했기 때문이겠죠.
이누야마성에서 이어지는 이 거리의 가장 큰 매력은 ‘정형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인 것 같습니다. 가게의 외관도, 상품도, 사람들의 모습도 인위적으로 꾸며진 느낌이 전혀 없고, 그 덕분에 걷는 내내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점가를 충분히 즐기고 나면, 마지막으로 이누야마성을 올라가는 걸 추천합니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나고야 강과 도시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가 펼쳐지는데요. 특히 상점가 거리와 성이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으로 남겨도 멋지고, 마음에 오래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누야마 여행 중 방문한 상점가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서, 일본의 전통과 사람들의 따뜻한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누야마성을 중심으로 둘러싼 거리 풍경은 물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현지의 분위기까지 하나하나가 인상적이었고, 특히나 걷는 여정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장소예요. 단순한 사진 스팟을 넘어서, 진짜 ‘일본’을 느낄 수 있는 이곳. 다음 여행지로 고민 중이라면 이누야마를 한 번 고려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