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메구로의 저녁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벚꽃 시즌의 화려함도, 카페가 가득한 낮의 분위기도 사라지고 나면 골목에는 조용한 불빛들만 남는다. 그날은 하루 종일 도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숙소로 돌아가기 전 나카메구로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역 근처를 천천히 걷다가, 은은한 숯불 냄새가 나는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곳이 바로 ‘마루(MARU)’였다.

겉에서 보기엔 조용한 이자카야 같은 분위기였고, 큰 간판 없이도 내부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과 연기가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충분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숯불 향이 더 진하게 느껴졌다.



실내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바 자리가 중심이고, 몇 개의 테이블이 함께 배치되어 있었다. 혼자 와도 부담 없고, 둘이 앉아도 충분히 여유로운 구조였다. 중앙에서는 닭꼬치를 굽는 모습이 바로 보였고, 불 위에서 익어가는 고기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리듬처럼 흘렀다.

조명은 밝지 않고 따뜻한 톤이라 자연스럽게 목소리도 낮아지고,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주변 테이블에는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손님들이 더 많아 보였는데, 그 덕분에 이곳이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일상 속 식당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니 이곳에서 사용하는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설명이 꽤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닭고기는 ‘아마쿠사 다이오’라는 품종을 사용하고, 달걀은 ‘유메오’라는 이름의 달걀이라고 했다. 여행 중에 이런 정보까지 신경 쓰며 먹을 기회는 많지 않은데, 마루에서는 이 재료들이 이 가게의 중심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마쿠사 다이오는 일반 닭보다 크고 육질이 탄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하고, 유메오 달걀은 노른자가 진하고 농도가 높아 덮밥이나 소스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이런 설명을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기대감도 함께 올라갔다.



먼저 나온 건 숯불 닭꼬치였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상태로 구워져 있었고, 소금 간만으로도 충분히 고기의 풍미가 살아 있었다. 숯불 특유의 향이 닭고기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특별한 소스 없이도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한 꼬치씩 천천히 먹다 보니, 여행 중 빠듯하게 움직이던 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리듬으로 식사가 이어졌다. 굳이 빨리 먹을 필요도 없고, 다음 일정에 쫓길 필요도 없는 저녁이라 더 여유롭게 느껴졌다.

이어 나온 오야코동은 숯불에 한 번 구운 닭고기를 달걀과 함께 밥 위에 올린 덮밥이었다. 일반적인 오야코동보다 닭고기의 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달걀은 부드럽게 밥과 섞이면서 전체를 감싸는 느낌이었다. 자극적인 맛보다는 담백하고 정돈된 맛이라, 여행 중 저녁 식사로 부담 없이 먹기 좋은 메뉴였다.



마루에서는 재료를 생산자로부터 직접 공급받는다고 한다. 사실 여행 중에는 이런 설명을 보고도 크게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닭고기의 식감이나 잡내 없는 맛 덕분에 그 말이 자연스럽게 납득이 갔다. 양념이나 소스로 가리는 느낌이 아니라, 고기 자체의 맛이 중심이 되는 요리라서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음식이 전체적으로 깔끔해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속이 무겁지 않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보면 저녁에 과하게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피곤함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이날은 오히려 편안하게 하루를 정리하는 느낌으로 식사가 마무리됐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골목에는 여전히 조용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화려한 간판도, 시끄러운 음악도 없이, 각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불빛들만 이어지는 풍경이 나카메구로다운 밤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이 동네에서의 저녁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정이라기보다, 스스로에게 주는 휴식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마루에서의 식사도 그런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관광지에서의 식사가 아니라, 도쿄의 한 동네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의 저녁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가장 또렷하게 남는 장면은 꼭 유명한 장소만은 아니다. 조용한 골목, 따뜻한 불빛, 그리고 숯불 향이 퍼지던 그 순간 같은 것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루에서의 저녁도 그런 기억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다음에 다시 나카메구로에 오게 된다면, 또 한 번 비슷한 시간에 이 골목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다시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지에서 그런 장소가 하나 생긴다는 건, 생각보다 꽤 기분 좋은 일이다.
東京都目黒区上目黒2-12-2 W.NAKAMEGURO 1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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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 · 일본 Tokyo, Meguro City, Kamimeguro, 2 Chome−12−2 W.nakameguro 1F
4.1 ⭐ · 꼬치구이 전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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