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 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숨은 공간들이 많습니다. 흔히들 고궁, 사원, 전통시장 같은 역사적인 장소를 먼저 떠올리지만, 도시 곳곳을 천천히 걸어 다니다 보면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세련된 공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에 들른 르라보(Le Labo) 2층 카페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여유와 감각적인 시간을 선물해 준 곳이었습니다.



르라보라는 이름은 원래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에서 익숙한데, 타이난에서 이 브랜드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실 향수 전문 매장이라 카페 공간까지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막상 가보니 1층은 향수를 직접 시향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 2층은 커피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그 자체로 “향기와 맛의 경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죠.

1층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에 스치는 다양한 향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른 매장처럼 시향지가 무작정 펼쳐져 있는 게 아니라, 직원분이 원하는 향의 계열을 물어보고 그에 맞는 몇 가지를 권해주는 방식이어서 훨씬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어요. 향을 맡으며 자연스럽게 여행 중의 기억과 감정이 떠올라 잠시 멈춰 서 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눈에 띈 건 “Upstairs Café”라는 작은 안내문. 호기심에 계단을 따라 올라갔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화이트톤 벽과 원목 테이블, 은은한 조명으로 채워진 2층은 마치 작은 북유럽 카페에 들어온 듯한 아늑함이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기본적인 커피부터 티, 시그니처 음료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스 라떼와 작은 디저트를 함께 주문했는데, 잔에 담긴 라떼는 보기에도 굉장히 세련된 느낌이었어요. 무엇보다 커피 향이 매장에서 맡았던 향수와 묘하게 어우러지는 기분이 들어, 순간적으로 감각이 확 열리는 듯했습니다.

함께 주문한 디저트는 화려하진 않았지만, 정성스러운 플레이팅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 중에 이런 작은 디저트를 곁들여 먹는 순간이야말로 마음을 느긋하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죠.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바깥 풍경을 바라보니, 타이난의 활기찬 길거리와 카페 안의 고요함이 묘한 대비를 이루더군요.




타이난은 음식이나 역사적 명소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을 찾게 되면 여행의 기억이 훨씬 풍성해집니다. 르라보 카페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신 경험이 아니라, 향기와 공간이 주는 분위기 속에서 감각이 확장되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여행 중에는 많은 장소를 빠르게 돌아다니다 보니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곤 합니다. 이곳은 그런 점에서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하지 않고, 시끄럽지도 않으며, 여행자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곳. 향기를 좋아하거나 카페 공간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는 분명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이곳에서 찍은 사진들이 유독 많더군요.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디테일과 향수 브랜드의 정체성이 묻어나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여행을 다니며 무언가를 단순히 “보았다”는 기록보다 “느꼈다”는 기억이 더 오래 남는데, 르라보 카페는 그 기준에서 충분히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향을 통해 감각이 열리고, 커피를 통해 또 다른 감각이 더해지는 순간. 그 자체로 타이난 여행의 한 장면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타이난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잠시 들러도 좋을 공간이 바로 르라보 2층 카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향수와 커피, 두 가지 감각의 조합은 흔히 만날 수 없는 경험이니까요. 천천히 즐기며 여행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저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