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와카야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바로 구마노가와 강 뱃놀이 체험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와카야마를 떠올릴 때 고대 신사나 온천, 혹은 구마노 고도 순례길을 먼저 생각하겠지만, 그 풍경의 깊이를 완성하는 건 바로 이 강입니다.
자연이 만든 신비한 협곡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 위에서의 한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시간을 초월한 감각을 선물해주었습니다.
구마노가와(熊野川)는 와카야마와 미에현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으로, 일본 3대 영지 중 하나인 구마노 산잔(熊野三山)을 잇는 중요한 순례 길 중 일부입니다. 과거 순례자들은 이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신사의 길을 완성했다고 전해지는데,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복원한 것이 바로 이 뱃놀이 체험입니다.
저는 구마노 하야타마 신사 근처의 구마노강 뱃놀이 탑승장에서 배를 탔습니다.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도 가능하지만, 당일 잔여석이 있다면 현장에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은 기본적인 영어 설명도 가능해서 외국인에게도 무리 없는 체험이었어요.
배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전통 복장을 입은 뱃사공이었습니다. 청색 하카마와 삼베 모자를 쓴 모습에서 이 체험이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는 엔진 없이 나무 노를 이용해 천천히 움직이며, 뱃사공의 손끝에서 물살이 갈리는 소리가 강 전체를 울렸습니다.
강가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과 울창한 삼림이 어우러져 있고, 곳곳에는 작은 폭포나 고즈넉한 절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뱃사공은 이동 중간중간에 강 이름의 유래, 바위에 얽힌 전설, 과거 순례자의 이야기 등을 들려주어 체험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뱃놀이는 약 90분 정도 진행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뱃사공의 노 젓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가끔 들리는 산새 울음이 조용한 강에 잔잔한 음악처럼 퍼졌습니다.
저는 강 중앙에 앉아 물에 손을 담그며 주변의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았는데, 마치 ‘명상’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 배가 느리게 돌며 풍경이 360도로 펼쳐질 때,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여행 중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오히려 카메라를 내려놓고 오롯이 풍경과 하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 뱃놀이는 속도감 있는 액티비티가 아니기 때문에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체험할 수 있습니다. 구명조끼도 제공되며, 선착장에서 간단한 안내와 주의사항 설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탑승했을 때도 일본인 노부부와 외국인 가족 단위 여행객이 함께 탑승하고 있었고, 다들 조용히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거의 매일 운항되며, 우천 시에는 안전을 위해 중단되기도 하니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나 현지 관광 안내소에서 운항 여부를 꼭 확인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탑승 장소 인근에는 구마노 하야타마 신사와 유노미네 온천 등 역사 깊은 명소들이 모여 있습니다. 뱃놀이 전후로 신사 참배나 온천욕을 함께 즐기면 하루 일정이 아주 알차게 채워집니다.
저는 뱃놀이 후 근처 찻집에서 전통 말차와 화과자를 먹었는데, 물가에서의 여운을 이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코스였습니다.
또한 구마노 고도 순례길 중 일부 코스를 걷고, 이 강 위에서 배를 타며 완성하는 방식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실제로 과거 순례자들이 걸었던 길과 배로 이동했던 루트를 함께 체험하면, 단순한 여행을 넘어 ‘의미 있는 여정’이 됩니다.
와카야마의 구마노가와 강 뱃놀이는, 단순히 ‘재미있는 체험’을 넘어서 자연과 전통, 그리고 과거의 시간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조용한 순간들이 이 뱃놀이 안에 모두 녹아 있었습니다.
소란한 관광지와 다르게 이곳은 자신만의 속도로 풍경과 감정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와카야마를 찾는 분들에게 저는 이 뱃놀이 체험을 진심으로 추천드립니다.
물살 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동안, 마음도 함께 정화되는 감동을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