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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통의 간장 냄새가 살아있는 곳, 와카야마 ‘카도초(Kadocho)’ 방문기

여행쟁이 김군 2025. 6. 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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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카야마현 유아사는 ‘간장의 발상지’로 잘 알려진 조용한 전통 마을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흔한 관광 명소보다 더 깊이 있는 체험을 원했고,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간장 양조장 카도초(Kadocho)**였습니다.

 

이곳은 1800년대부터 200년 넘게 전통 방식을 지켜오고 있는 간장 양조장으로,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간장이 숙성되는 실제 장소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장소입니다.

유아사 마을 첫인상 – 시간이 멈춘 골목

JR 유아사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작은 상점과 전통 가옥이 모여 있는 유아사 마을이 나옵니다.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타임슬립을 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하고 정갈합니다. 나무 구조로 된 가게들이 정면에 줄지어 있고, 간판도 소박해서 일본 전통 분위기를 느끼기에 딱 좋았습니다.

 

특히 오전 시간대에는 관광객도 거의 없어서, 현지인의 생활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느린 시간’이 유아사에는 흘러가고 있었어요.

카도초의 첫 인상 – 밖은 소박, 안은 전통 그 자체

카도초는 큰 간판 없이도 간장 냄새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외관은 마치 오래된 창고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깊은 간장의 발효 향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안쪽으로는 전통 숙성고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곳은 일반 방문객에게도 무료로 개방되어 있습니다.

 

들어서는 순간,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나무로 지어진 건물의 천장은 높고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수십 개의 큰 나무통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100년 넘은 나무통에서 숙성되는 전통 간장

숙성고 내부의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나무통(樽)입니다. 이 나무통은 100년, 길게는 15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간장을 숙성해온 살아있는 유산과도 같았습니다.

직원분께 들은 바로는, 이 나무통 안에는 수십 년간 형성된 미생물 군집이 자생하고 있어, 내부의 공기를 인위적으로 소독하거나 청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외부 공기와 접촉을 최소화해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식이죠.

 

나무통 위를 살짝 들여다보면 발효 중인 간장이 부글부글 거품을 내며 숙성 중인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 모습 자체가 살아있는 ‘발효’라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듯해 감동이었습니다.

체험과 설명 – 일본어만 가능하지만 어렵지 않아요

정식 가이드 투어는 아니지만, 상주 직원에게 말을 걸면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일본어를 잘 못하지만, 구글 번역 앱을 이용해 질문을 하니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어요.
발효 방식, 숙성 기간, 간장 종류 등 간단한 정보만 알아도 이 체험이 훨씬 풍성해지니 번역 앱을 적극 활용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본점 숍 – 다양한 간장과 시식의 즐거움

숙성고 체험을 마치고 본점 숍으로 이동하면, 다양한 간장 제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본 간장은 물론, 유자향 간장, 다시 간장, 고래표 시리즈 등 독특한 맛도 많아요.

특히 직원이 추천해준 2년 숙성 간장은 색이 진하고 맛이 아주 깊었습니다. 단순히 짜기만 한 간장이 아니라, 감칠맛과 향이 살아 있어서 집에 하나쯤 있으면 어떤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기념품으로도 좋을 만한 작은 병 사이즈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서, 부담 없이 몇 개 구입할 수 있었어요.

유아사 마을 전체를 함께 둘러보면 더 풍성해져요

카도초만 보고 돌아가기엔 유아사 마을 전체가 너무 아깝습니다. 마을 전체가 일본 정부에서 지정한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오래된 가옥과 가게들이 골목마다 가득합니다.

작은 된장 공방, 찻집, 장인의 수공예품 가게 등을 천천히 둘러보면, 일본 농촌의 정취와 전통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실제로 유아사에는 간장 박물관도 있어, 조금 더 학술적으로 접근하고 싶은 분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여행 팁

  • JR 유아사역에서 도보 10분, 구글 맵에 ‘Kadocho’ 또는 ‘角長’으로 검색
  • 입장료 없음 / 주차 가능 / 영어 설명은 없음
  • 오전 방문 추천 (관광객 적고 숙성고 안이 더 시원함)
  • 시식 후 구매 가능, 카드 결제 가능
  • 인근에는 식사할 만한 전통 가게도 있음

총평 – 간장을 넘어선 ‘시간과 철학’의 공간

와카야마 유아사의 Kadocho는 단순한 간장 공장이 아닙니다.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켜온 방식, 그 안에 담긴 철학,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었습니다.

‘맛있는 간장이란 어떤 것일까?’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을 주는 공간이었고,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던 간장이 사실 얼마나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지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와카야마를 여행한다면, 그리고 전통과 깊이를 느끼는 여행을 원한다면 카도초 방문은 반드시 추천드립니다. 관광버스가 가지 않는 한적한 골목에서, 여러분만의 조용한 감동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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